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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학원 정경희 부원장과 회원들이 길거리에서 장생보법으로 걷고 난 뒤 편안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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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 다스리고 스트레스 해소
- 관찰력 높아지고 치유력 증대
- 수다 보다는 사색과 침묵의 걷기
-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동적인 명상법
- 발바닥 주요 혈 자리와 발가락 자극
- 의식적으로 꾸준히 걸어야 걷기 교정본지의 '그린워킹-문화혁명'이 범시민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걷기는 시간과 공간이 부족한 도시인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이다. 건강수명과 각종 질병 예방의 최고 보약으로 각광받으면서 재미있고 다양한 걷기 방법이 나오고 있다. 제대로 걷는 요령과 걷기로 활기찬 제2의 삶을 사는 우리 이웃을 알아본다. 몇 년 전 부산을 방문한 틱낫한 스님의 발걸음은 본 적이 있는가. 느리지만 확신에 찬 걸음. 말없이 나무와 꽃과 대화하듯 옅은 웃음을 띠던 그의 발걸음은 확실히 달랐다. 세계 각지로 긴 여행을 하는 80대 노승의 발은 지칠 법하지만 내딛는 걸음마다 경쾌하기만 했다. 그렇다. 틱낫한 스님은 '걷기 예찬론자'다. 베트남 출신의 평화운동가로 걷기를 통해 불교의 명상법을 일상생활과 접목시킨 걷기를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건강 챙기고 정신 수양하고…걷기명상 붐
최근 걷기 붐이 일면서 걷기가 신체적 건강만은 위한 것이 아닌 '정신수양'을 위한 명상을 겸한 건강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걸으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삶을 돌이켜볼 수 있다니 이렇게 간단한 명상방법이 있을까.
걸음을 통해 분노를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걷기 명상'이 인기를 끌면서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남부대 교육대학원 김찬호 씨의 논문에 따르면 걷기 명상 훈련을 받은 초등학생들은 자기통제력이 향상됐다. 경남대 교육대학원 전미숙 씨도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걷기 명상을 해 보니 주변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나 생각하는 힘이 좋아졌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걷기 명상'을 통해 자기 내면을 깊고 맑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실현, 자율성, 주의력을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틱낫한 스님은 발걸음마다 깨어있고 아름다운 대지에 발을 딛는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며 '걷기 명상'의 중요성을 늘 이야기한다.
걷기를 통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내적인 성숙을 이룰 수 있는 걷기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해운대구는 해운대 달맞이 언덕 인근에 있는 숲길인 '문탠 로드'에 달빛을 받으면서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봄·가을 걷기명상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봄 행사에서 명상 전문가들은 가족단위 참가자들과 함께 걸으며 자연과 하나 됨을 통해 명상의 세계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왔다. 부산민예총이 오는 30일 여는 금정산생명문화축전에서도 '걷기 명상'행사가 열린다.사실 많은 이들이 걷고 있지만 운동을 한다는 부담감과 지겨움 때문에 수다를 떨거나 걷기에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걷기예찬론자들은 침묵을 통해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군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직면하고 고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작정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는 것이 걷기 명상일까. 걸으면서 명상에 잠긴다는 추상적인 행동은 쉬운듯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용천을 자극하는 힘찬 발걸음 '장생보법'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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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보법의 기본자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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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은 짧은 명상과 마음챙김 스트레칭, 마음챙김 느린 걷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느린 걷기 명상을 연습할 때는 우선 실내에서 맨발로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어야 한다.
걸으면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네' 혹은 '푸르른 우리 지구' 등 호흡법에 맞는 말을 하면서 천천히 걷는 사자를 떠올리며 걷는 연습을 해야 한다. 틱낫한 스님은 무엇인가 결정해야 할 일이 있다면 걷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법이라고 말한다. 조용한 숲이나 바닷가, 실내가 아닌 아파트빌딩 숲에서도 걷기 명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편안한 속도로 호흡과 걸음을 조절하면서 마음속으로 '이완' '평화'를 반복하면서 느리게 걷다 보면 진정한 평화와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해운대 문탠로드에서 열리는 '걷기 명상'은 장생보법을 활용한다. 호흡을 의식적으로 하기보다는 걸음걸이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단전호흡을 하게 되고 명상의 세계에 빠져든 다는 것.
장생보법은 이승헌(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이 '낙마(落馬)'라는 큰 사고를 당한 뒤 자신의 몸을 스스로 고치는 과정에서 개발한 걸음 법이다. 장생보법은 발바닥의 주요 혈 자리인 용천(湧泉)과 발가락을 자극하며 걷는 것이다. 일반 걸음과 달리 발 앞쪽에 무게중심을 둠으로써 틀어진 골격을 바로잡고, 아랫배 단전에 자연스럽게 기운이 쌓이는 각도를 만들어준다
장생보법을 보급하는 (사)부산국학원 정경희 부원장은 "앉아서 집중하는 명상이 정적이라면 걷기 명상은 동적인 명상법"이라며 "구두를 신고서도 가방을 메고도 언제 어디 선지 할 수 있는 현대인의 실생활 명상법이 걷기"라고 설명했다.
장생보법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어깨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서서, 발바닥 중심에서 1도 정도 앞으로 힘을 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의 무게가 용천에 실린다. 용천은 발바닥을 안쪽으로 구부렸을 때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이다. 이어 발가락으로 땅을 움켜쥔다는 느낌으로 힘을 주고 꼬리뼈를 말아 올려 항문을 조이면 자연스럽게 무릎과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단전에 중심이 잡힌다. 두 발은 11자가 되도록 놓고 무릎과 무릎이 스치듯이 움직여준다. 장생보법을 활용한 명상법은 몸의 긴장을 풀고 용천을 의식하면서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3초 동안 지그시 발바닥을 누르는데 집중한다. 그러면서 땅의 에너지를 몸으로 받아들인다고 상상하며 천천히 걷는 것이다. 근육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명상의 세계에 접어들게 된다. 걷기가 막바지에 이르면 걸음을 멈추고 가볍게 몸을 풀어주면 된다.
사실 걸음걸이를 바꾸는 일은 어렵다. 그런 만큼 장생보법을 제대로 배우려면 하루 20분 이상, 3주 정도는 의식적으로 걸어야 한다.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턱은 살짝 당겨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걷고 팔은 자연스럽게 흔든다. 걸으면서 '용천지압 '을 외치면 발끝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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