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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모음

지리산 중봉(무제치기)

by 하얀 사랑 2011. 7. 25.

지리산 무재치기폭포
[염기훈 2011/07/25 08:32 / 조회수:244 / 추천:2]

 

○ 날짜 : 2011. 7. 16 (토)  교대앞

○ 팀원 : 이재구 한영택 김택영 염기훈 

○ 코스 및 일정

    중산리 매표소 07:10 - 순두류 옛길 - 자연학습원 - 산신제단 - 황금능선 느진목 - 장구목 - 전망 봉우리(1252m) 왕복 - 헬기장 - 무재치기 폭포 - 치밭목 - 하봉 헬기장 - 중봉 - 써리봉 - 황금능선 - 중봉골(마야계곡 : 알탕) - 순두류 - 매표소 19:40

 

 

 

 

 

 

 

 

 

 

 

 

 

 

 

 

 

 

 

 

 

 

 

 

 

 

 

 

 

 

 

 

 

 

  "그러다 보면 겉옷도 다 베릴 거라, 알탕후 겉옷도 갈아입어야 할테니 준비하시고, 다들 아시겠지만 짧은 옷은 절대 아니되옵니다. 또 산죽밭에서는 선글라스도 도움이 될 겁니다."

   지리산 허고 많은 길 중에 중산리에서 시작하여 순두류옛길을 따라올라 산죽으로 악명높은 황금능선과 장구목을 가로지르고 계곡을 몇개 건너는 산행은 여름철 무재치기폭포의 장관을 보겠다는 생각과 치밭목에서 하봉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걷고 중봉에서 지리산꾼들의 영원한 로망인 천왕봉과 그를 넘나드는 구름의 운행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순두류옛길에서 만난 풍경.  

   지리산의 원시림이라는 공간 속에서는 목재처럼 분장한 인공의 구조물도 원시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하다.  중산리 주차장을 막 지나 오른쪽 아랫길로 내려서서 계곡을 따라 자연학습원 방향으로 가는 순두류 옛길은 중산리에서 법계사 가는 도로가 나기 전 산꾼들이 다니던 길이라고 한다. 지금은 청소년들의 체험학습장을 겸하여 길을 내었기 때문에 호젓하여 걷기에 좋다.  중산리주차장에서 지리산 산신제단까지는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산신제단에 도착하니 배암 두마리가 흘레를 붙다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신접살림을 방해해서리 미안하다. 산신령님 소관인 지리산이 오늘도 제발 맑게 해주십사 제단에서 술 한 잔 올리고 넙죽 절을 한다.   

   빨치산들은 낮에는 자고 주로 밤에 활동하며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리와 불빛 (연기)을 금기시 하고  이동시에는 능선 대신 산의 사면斜面을 주로 이용했다는데, 순두류옛길을 따라 치밭목으로 이르는 길은 옛날 빨치산들이 조개골에서 중산리로 보급투쟁을 다니던 중요 루트였다고 한다. 지금의 지리산 산신제단 있는 곳 위쪽에 빨치산 순두류아지트가 있는 곳이고 조개골에서 중산리 쪽으로 최단코스가 되기 때문에 지리산 빨치산루트로 불리는 모양이다.  이런 산행코스도 있구나 하는 의미로도 한 번쯤 해봄직 하긴 한데  산신제단에서 느진목과 장구목을 거쳐 무재치기폭포에 이르는 길은이 사람의 발길이 끊긴 자리에 산죽이 산죽이 우후죽순처럼 자라 산을 뒤덮고 있고, 비가 온 후라 온통 젖는데다  키높이 이상으로 자란 산죽이 얼굴을 때리고 등에 멘 배낭을 끄는 덩굴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기도 쉽지 않는 힘든 산행이 되었다.   

 

  산신제단에서 산죽을 헤치고 황금능선의 느진목재로 올라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다 보이는 앞 능선의 허리가 잘록한 곳이 장구목인데 황금능선이나 장구목이나 모두 써래봉에서 뻗은 능선이다.   

 

  장구목에 도착하여 배낭을 놓고 잠깐 전망대에 올라 보니 비둘기봉이 보인다. 비둘기봉 좌측에 무재치기폭포가 있다.    

  장구목에는 단풍취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고 푸른 빛을 띈 석이버석이 다닥다닥 바위에 붙어 자란다. 석이버섯은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큰 바위에 주로 자라는데 그래서 약초 캐러 다니는 사람들은 석이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로프를 가지고 다니며 채취하기도 한다.          

  장구목에서 잠시 쉬었다가 계곡으로 내려가 다시 마지막 난코스인 산죽을 헤쳐 올라가니 새끼 곰을 방사한 우리 두개가 놓여있는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조금 더 가니 유평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나오고  무재치기폭포는 등산로에서 계곡으로 조금 내려서면 나타난다.   

   무재치기 폭포.

   지리산에 이만한 폭포 하나 쯤 있어 좋지 아니한가. 불일폭포와 더불어 지리산에서 가장 웅장한 폭포 중 하나이다.  3단의 바위폭포에 햇살이 비치면 무지개를 친다하여 무재치기라 하는데  통바위의 높이나 폭에서 여타의 폭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름날이면 저 아래 대원사까지 폭포의 굉음이 들린다고 한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높은 곳 (해발 1,200쯤 될라나)에 위치하여 비가 많은 철이 아니면 수량이 풍부하지 못하여 힘을 다 쏟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재치기로 가려면 가장 가까운 코스가 대원사를 지나 유평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무재치기에서 중봉 천왕봉도 가까워 폭포가 웅장한 여름철이면 가볼만한 곳이다.  

 

 

 

 

 

  무재치기 전망대에서

  산은 계절 따라 시간 따라 보는 위치에 따라 보는 넘의 마음 따라 제각각 달라보이게 마련이다. 아래에서 보는 무재치기도 좋지만 전망대에서 보니 또 다른 감흥을 준다. 바위절벽의 전망대 위치도 절묘하여 폭포도 즐기며 산아래 풍경도 감상한다.       

 

 

 

 무재치기 폭포 전망대에서 보니 치밭목이 보인다. 치밭목산장이 있다.  

  전망대에 앉아 한 잔 하며 점심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일이 없다. 
 솔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잠깐의 낮잠은 젖은 산죽을 헤치며 오느라 쌓인 피로감을 일거에 날려준다.  

   치밭목대피소

  무재치기폭포에서 치밭목으로 가는 길에 위에서 내려오는 몇 사람 왈~ 

  "어데까지 가십니까?"

  "아, 예! 중봉까정 갑니다."

  "가는 김에 조금 더 쓰지시요!"

  "아, 예~"

  아마 천왕봉까지 다녀오는 모양이다.   

 

  치밭목에서 중봉가는 길은 능선따라 오를 수도 있고 치밭목산장 뒷편 숲길을 따라 하봉을 거쳐 오르는 코스도 있다. 이 길은 조개골 상류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치밭목에서 하봉을 거쳐 중봉까지는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지리산의 정규 등산로는 큰 능선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대개 길이 거칠어지거나 패이고 바위돌이나 계단이 많아 산행하기 까다롭다. 천왕봉에서 법계사 거쳐 중산리 내려오면 다음날 바로 8자걸음 걷는다.

   하봉 못미처 하봉 조금 아래에 샘이 있어 맑은 물이 꽐꽐 쏟아져 나온다. 바로 하봉샘이다. 조개골의 발원지쯤 될라나? 

  앞서간 이재구가 위쪽에서 "하봉샘 찍어라"며 고함을 지르는데 내 심장 폴딱거리는 소리보다 작게 들리고 자신이 지치니 카메라 꺼내기도 귀찮아 그냥 지나친다. 혼자 하봉에 늦게 도착하니 하봉샘 물맛이 기가 막히다며 김택영이 길어온 물을 내민다. 시원하다.    

  하봉 헬기장의 지리터리풀  
  헬기장 주변에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꽃들이 축제를 한다. 오늘 산행의 반환점인 중봉이 보인다.   

  지리터리풀 


 

 

 

 

 

 

 

 

 

 

 

 

 

 

 

 

 

 

 

 

 

 

 

 

 

 

 

 

 

   중봉에 서니 멀리 달뜨기 능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달뜨기 능선은 지리산 태극종주 동부능선 구간인 밤머리재에서 웅석봉 감투봉 이방봉을 거쳐 남명선생의 유적이 있는 덕산의 산천재까지 구간 중 웅석봉에서 마근담봉까지로서 남명 조식선생은 천왕봉을 보며 시를 지어 산천재에 주련으로 걸었고, 훗날 빨치산들은 지리산에서 달뜨기 능선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달을 보며 고향생각에 눈물을 지었다고 한다.     

  중봉에 서서 보는 천왕봉   

 

  지리산 주능선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지만 지리산의 속살은 간간이 비치는 햇살을 받아 맑고 잔잔하다.  

  잠시 중봉에 머물다 하산시간에 쫒기어 써래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여름 날이 길다고는 하지만 중봉에서 써래봉까지도 한시간이고 중산리까지는 족히 세시간은 잡아야 할 터이니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니 어서 하산하자"며 이재구가 길을 채촉한다.

 

  지리산꾼들의 영원한 로망 천왕봉

  하산 중 써래봉 아래 천왕봉을 보기 좋은 전망대에 서니 구름들이 산 아래에서 위로 바람을 타고 변화무쌍하게 장관을 이룬다.

  금방전까지 완전히 가렸던 천왕봉의 모습을 보여줄듯 말듯 애간장을 태운다.

  "존경하는 지리산 신령님, 조금만 더 용을 써 천왕봉이 보이게 해주세여~ 우짜든동~"

  "아침에 올린 술이 부족했습니까? 정성이 부족했심꽈?"

  "부디 재구 머리 벗겨지듯 확 함 벗겨주이소"   

  그러나 산정을 가렸던 운무가 아래 위로 걷히는듯 하더니 산은 도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다. 

  산은 안다.

  인간들의 속성이란 게 줄 것 주고 보여 줄 만한 것 다 보여주면 미련없이 차 버린다는 것을....

  그래서 조금만 보여주고 아쉬우면 다음에 또 오라고 한다.   

 

   황금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느진목재 못가서 마야계곡 쪽으로 빠진다. 

   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바위너덜을 한참 타고 내려오니 계곡이다. 다시 계곡을 타고 내려서니 예전에 거슬러 올라갔던 눈에 익은 곳이 나온다. 계곡산행에서 알탕이 없으면 그날 산행은 무효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땀을 씻고 나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알탕이 뭐냐고요? 공공이 사용하는 계곡물을 오염시키는 하지 말아야 할 행위 아니냐고요?  그렇지요. 맞습니다. 얼마전 식수로 쓰는 호수에 오줌 한 번 눈 사나이 때문에 거대한 호수 물을 모두 빼어버린 외신보도도 있었으니까요.  변명하자면 산꾼에게 지리산 계곡의 알탕이란 일종의 자기 정화의식과 같은 것입니다. 힘든 산행이 끝나고 땀에 찌든 몸이 거대한 계곡 시린 물에 잠깐 빠져들면 정신이 오롯히 씻겨지는 느낌이 드니까요.  말하자면 정신의 때를 씻어내는 거지요. 함 해보세여"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경남자연학습원에서 중산리간 운행한다. 막차 시간이 몇시까지인지 몰라 기대를 하고 자연학습원까지 내려오니 7시10분이다. 막차는 6시30분까지란다. 중산리까지 다시 3km를 더 걸어내려가려니 아마득하다.            

  천왕봉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 중에는 다리를 삐여 택시를 부른 부상자도 있고, 단체산행 중 일행과 떨어진 낙오자도 있다. 

 

   지난 7.2 이 코스를 할려고  중산리를 출발하여 순두류옛길로 산신제단까지 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하릴없이 발길을 되돌렸다. 비를 맞으며 조릿대 사이를 헤쳐 나가는 산행은 고역이 아닐 수 없고 또 당일 장마비가 남하한다는 예보도 있어 더 이상의 진행은 무리라고 판단 중도에 철수한 것이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남으니  돌아오는 길에 산천재에 들렀다. 비내리는 산천재 마루에 걸터 앉아 주련을 읽거나 산에서 못 먹은 점심도 마루에 앉아 먹고 한 숨 자기도 하고, 남명이 심었다는 400년이 훌쩍 넘은 늙은 매화나무를 멍하니 보기도 하였는데, 산길에서 만나는 작은 꽃들에서 받는 감동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산천재에는 남명이 지리산을 사랑하여 지었던 시가 주련에 걸려있다.

   春山底處無芳草        봄산 어디엔들 향기론 풀 없으리요마는
   只愛天王近帝居        옥황상제가 사는곳 가까이 있는 천황봉을 사랑했네
   白手歸來何物食        빈손으로 왔으니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銀河十里喫猶餘        은하십리 같은 물 마시고도 남음이 있네 

   글에는 처사의 맑은 기개가 지리산 천왕봉을 감싸고 도는 바람처럼 도도하게 흐른다. 남명은 이곳 산천재에서 후학들을 가르쳤으며, 뒷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내암 정인홍, 망우당 곽재우 등 12명의 제자가 의병장으로 나서는 등 남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50여명의 후학들이 곳곳에서 의병을 일으켜 국난을 극복하는 구심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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