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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시 : 2011.12.24(토) 04:50 교대앞 출발 ○ 산행인원 : 4명 (이재구 송건주 한영택 염기훈) ○ 준 비 물 : 보온도시락, 술, 보온음료, 간식, 장갑, 양말, 모자, 마스크, 아이젠, 스패츠, 보온의류 … ○ 산행코스 : 의신 07:50 - 삼정 - 형제봉 남릉 - 형제봉 (점심~13:30) - 연하천 - 명선봉 - 명선남릉 - 빗점골 합수부 - 삼정 - 의신 18:00
지리산 산불 입산통제기간을 피하기 위해 미루었던 겨울 지리산을 시작했다. "형제봉 남릉은 천왕봉 남릉과 분위기가 비슷해서 전망 좋고 좀 험할 겁니다. 얼어죽지 않게 단디 준비해 오시기 바랍니다." 지리산 주능선에서 지네발처럼 뻗어있는 지능선들은 완만하면서 길거나 험하면서 짧거나 암벽이 많으면서 전망이 좋거나 저마다 가지가지 특색이 있다. 중산리에서 천왕봉 오르는 천왕남릉은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우거진 산죽과 머리를 치는 잡목의 가지 그리고 공룡의 등뼈같은 암벽 등으로 산행 내내 힘들었던 기억이 새로운데, 이대장은 이 겨울에 그 비슷한 형제봉 남릉으로 가자는 것이다. 형제봉 남릉은 빗점골 입구 쯤에서 능선을 타고 주능선의 형제봉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인데 암릉 등으로 험하긴 하지만 조망이 좋고 연하천산장과 명선봉으로 가서 빗점골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
07:50 의신마을의 지리산 역사관에 차를 주차하니 눈발이 나린다. 지리산 역사관은 과거 지리산 일대 화전민들의 생활상과 빨치산들의 활동 그리고 토벌에 대한 자료들을 전시하여 이 지역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등산객을 상대로 민박을 치는 것이 주민들의 주된 수입원인듯 한데 산속의 겨울에는 찾는 사람이 드물어 한가롭기만 하다.
겨울산을 만나러 가는 이들의 들뜬 마음은 한결 가볍다. 날이 좋으면 의신마을이 아닌 삼정마을까지 차가 올라 갈 수 있으나 이 길은 눈길에 경사가 심하고 노폭이 좁아 안전을 위해 의신에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의신에서 삼정마을 위 능선초입까지는 40분여 걸린다.
형제남릉
형제봉 형제봉 (2010.12.18 토끼봉 남쪽 능선에서 찍은 사진)흔히 兄弟峰이라 하지만 고지도나 옛 산행기에는 父子岩으로 나타나 있고, 지금도 함양 마천의 삼정마을(양정 음정 하정) 사람들은 부자바위라 부르고 있다. 거기에는 "나뭇꾼과 선녀"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하늘에서 선계 같은 지리산에 일곱 선녀가 목욕하러 왔다가 나뭇꾼이 한 선녀의 옷을 훔치는 바람에 그 선녀는 나뭇꾼과 하정마을에서 아들 딸 낳고 잘 살다가, 이제 안심하고 나뭇꾼이 숨겨놓은 날개옷을 내어 주자 선녀는 하늘나라로 올라가버린다. 아버지와 아이들은 지리산에 올라 선녀를 기다리다 그대로 화석이 되어버렸다는 전설…. 선녀의 이름은 '아미' 나뭇꾼의 이름은 '인걸'. 봉우리는 아버지이고 동쪽과 서쪽으로 늘어선 크고 작은 바위들이 아이들이라는 얘기와, 동쪽의 멋진 소나무가 있는 바위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얘기가 전한다. 하정마을 사람들은 "석문암계"를 조직하여 仙遊亭이라는 정자와 빗돌을 세우고 매년 초복 제사를 올려 전설을 기리고 있다 한다.
멀리 광양의 백운산은 지리산의 안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 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있는 산을 안산(案山)이라 하는데, 조산의 발치 기슭에 위치함이 보통이니 그 모습이 단정하고 원만하며, 평정(平正)하고 반듯하며 사물을 포용하는 형국이 안산의 조건으로 좋다고 하는데 백운산은 지리산의 달려들 듯 몰려가는 기세를 섬진강과 더불어 편안하게 받아내고 있다. 산에서 남해쪽을 바라보는 지리산의 풍광은 백운산이 있어 완성된다. 백운산이 없었다면 지리산은 얼마나 허전할 것인가? 그런데 이대장은 백운산은 案山안산이라기 朝山으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백운산은 백두대간인 함양과 장수의 영취산에서 분기하여 진안의 마이산과 광주의 무등산을 거쳐 광양까지 뻗은 호남정맥의 끝머리로서 지리산 발취에 자리잡고 섬진강이라는 빼어난 물을 이루어 묻 생명을 키우니 있으니 백두산이라는 뿌리에서 시작한 대간의 마지막 정점인 지리산을 백운산이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어 참으로 이 땅의 산줄기 하나도 어투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형제봉 소나무.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사진으로 유명하며 달력에도 많이 나온다나. 소나무 그림 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으로는 세한도가 있다. 마른 붓질로 달랑 집 한 채와 나무 세 그루만 그린 이 그림은 추사선생이 제주도 유배지에서 제자 藕船 李商迪 (우선 이상적)에게 그려 주었는데, 論語 子罕(자한)편에 나오는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날이 추운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은 줄 안다."라는 문장을 인용하여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고적하고 어려운 자신의 유배생활을 歲寒에 비유하고 권력과 이익에 좌우되는 세상인심과 그 가운데서도 스승인 자신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제자 藕船 李商迪 (우선 이상적)을 松柏에 비유하여 그린 것이지만 추사 자신도 고독하고 늙은 松柏의 처지라 생각했을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북풍한설 모진 풍우에도 품격과 기상을 잃지 않는 우리들의 로망 소나무가 거꾸로 온난화로 인해 지리산에서도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마라...."란 안치환의 노래도 있듯이 형제봉 바위 위에서 겨울을 지켜내는 암벽 위의 멋진 소나무 두 그루로 인해 마음에 수채화 같은 풍경이 아롱새겨진다.
형제봉에서 보는 벽소령
'견딜만 하면 제발 오지 마시라'는 이원규 시인의 글이 새겨진 연하천 산장에는 한 낮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바람과 우리외는 흔적이 없다. 그래도 저녁무렵이면 새들이 둥지에 깃들듯 스믈스믈 산꾼들이 몰려들 것이다. 연하천 산장 바로 위가 명선봉이다. 명선봉으로 향한다.
명선봉의 설원
명선봉에 전망대에 서니 반야엉덩이 날라리봉(삼도봉) 토끼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산길에 되돌아보니 명선봉은 넓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산은 등을 돌리면 이내 문득문득 그립다.
둥치가 껍데기만 남았음에도 윗쪽 가지는 무탈하게 성성하다. 생명은 경이롭다.
빗점골 합수내 바로 위 이현상 아지트 표지판 "남부군 기동 사단은 빗점골 북녘 숲 속을 흐르는 냇물가 얼음 구덩이에 잠복해 있었다. 수량이 꽤 많은 계류였다. 누가 생각해도 그런 곳에 3백 가까운 사람들이 들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엉뚱한 곳이며 물소리 때문에 어지간한 말소리는 묻혀버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서 남부군은 숨을 죽이고 이틀 밤낮을 버티었다. 행적을 뚝 끊어버린 것이다." 합수내를 지나 삼정마을 아래 계곡에는 물소리가 쿵쿵 울리는沼가 있어 여름이면 멀리 의신마을까지 들린다고 한다. 겨울인데도 물 흐르는 소리가 쿵쿵 들릴만큼 수량이 풍부하다. 날이 어두워져 내려가 보지는 못했다. 지리산 廉~ 風雪의 겨울지리
삼정마을. 이태의 남부군에는 삼점으로 기록되어 있고 그 당시에도 몇 가구가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 길목에 '셋방있음'이란 팻말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존재의 빼어난 아름다움은 결코 뽐내는 법이 없다 그렇다. 나는 산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말로 표현하고자 애쓰지만 굳이 그럴 것 무어 있겠는가? 단지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우두커니 자신을 그 속에 내버려두고 산의 일부가 되어 한 호흡이라도 함께 하면 그만인 것을... 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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