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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모음

작은새골 산행기

by 하얀 사랑 2012. 8. 1.

지리산 작은새골
[염기훈 2012/08/01 13:54]

 

 

 

 

 

 

 

 

 

 

 

 

 

 

 

 

 

 

 

 

 

 

 

 

 

○ 일   시 : 2012.7.29(일) 04:20 교대앞 [아침식사 : 산청휴게소]

○ 코   스 : 07:20 백무동 - 작은새골[점심] - 칠선봉 - 곧은재능선 - 백무동 17:20

○ 준비물 : 점심도시락, 간식, 술, 얼음물, 모자, 알탕 준비…

○ 산에 간넘들  : 이재구, 김택영, 박노욱, 한영택, 염기훈

 

     

    04:20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것은 백무동 주차장에 여름철인 경우 오전 7시 넘으면 차 댈 곳이 없어 서둘러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무동을 기점으로 하는 산행은 일반적으로 제석봉과 천왕봉, 세석산장으로 가는 경우 등이지만 칠선계곡, 한신계곡, 한신지곡, 큰새골, 작은새골 등 여름철 계곡산행을 즐기기에 좋은 위치에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이미 칠선계곡, 한신계곡, 한신지곡, 큰새골은 다녀왔고 이번에 작은새골 차례다.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07:20분, 다행히도 주차장에 자리 하나가 비어있다. 차를 대고 산행을 시작한다. 백무동 여기저기에는 가족단위 여름휴가를 즐기는 텐트촌이 형성되어 있고 더러 슬리퍼 차림으로 산책겸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세석,가내소폭포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쯤 지나 계곡아래로 내래선다.       

 

     작은새골과 한신 주계곡의 합수지점에서 오른편 작은새골로 들어선다. 작은새골은 멋진 沼와 아기자기한 小瀑들이 숨어있는 아름다운 계곡 작은새골, 실제로는 큰새골보다 길다. 작은새골로 칠선봉으로 올라 곧은재능선으로 하산할 예정인데, 이재구 왈 "곧은재능선은 큰새골과 작은새골 사이에 있는 능선으로서, 큰새골과 한신(주)계곡 사이의 바른재능선과 더불어 주능선에서 백무동으로 곧바로 뻗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 같다. 정식명칭이라기보다는 잠정적인 이름으로 앞으로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름이라 생각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 반쯤 지나 

 

  순간 번뜩이는 눈망울들!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함 하까!"  

  근육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히멀건 몸이 허물을 벗듯 드러난다.

  한 넘 두 넘 차례로 계곡물로 뛰어든다. 

  "시원해?"  

  "어서 들어와"

  " 아, 좋다!"

  끈적끈적한 몸냄새와 괴성이 깊은 숲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묻혀 아마득히 흘러간다.  

  "계곡입구에 '수영금지'라고 표지판이 서 있던데 여기서 수영하면 안된다"

  "개헤엄도 수영이니 그것도 금지다."   

  

  계곡물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넘들이 산을 올라가며 서둘러 한 뻔뻔한 알탕 행각이다.   

 

  

 

 

 

 

 

  간식을 하며 쉬기도 하고....

  이재구와 김택영이 홍시를 얼려 가져왔는데 이빨이 얼얼하도록 시리다.

   사진도 찍고....

  거북을 닮은 바위도 감상하고....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산을 느낀다. 

   11:30 너럭바위 위에 자리를 깔고 점심 준비 

    "산신령님, 저희들 밥 먹고 술 마십니다."  이대장이 술 한 잔 먼저 올리고 꾸벅 3배 한다.  

   등산화를 벗고 편안하게 자리잡고 오미자주, 와송주, 소주, 캔맥주가 오간다. 먹는 재미가 사는 맛의 절반이다.

   와송주? 여름날 뜨거운 기왓장 사이에서 자란다고 瓦松이라 하는데, 박노욱의 부인이 애살도 있고 살림솜씨도 좋고 잘 하는 것이 많아 이쁜데,  기왓장에 사는 와송을 구해다가 아파트 옥상에 스티로폴박스에 배양해서 꽤 많이 키우고 있다.  와송은 갈아 마시면 암에 좋다고 소문 나 있는데 와송주는 그것으로 술로 담근 것이다. 박노욱이 자기 아파트 옥상에서 삼겹살로 와송주 한 잔 하자고 한 것이 해가 두어 번, 달이 수십 번 바뀌었다. 산에 조금 가져 와서 닭모이 주듯 하고는 차일피일 하는 것을 보면 애초부터 생각이 없었음이 틀림없다.         

  바위취가 꽃을 피웠다.

 

 

 

   13:30 칠선봉 능선에 거의 다가 간다. 올라서면 덕평봉과 칠선봉 사이다.

  13:40 능선 도착, 점심, 알탕포함 6시간 20분 걸렸다.  

  그대 뭘 보시는가?

  그대들은 또 무엇을 보시는가?

  지리산 주능선에 서면 언제나 변함 없는 것은 천왕봉에 대한 로망이다. 그리고 그 앞의 제석봉,  제석천왕!  이번에는 끝끝내 천왕봉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모시대

  동자꽃

   중나리

   경기 북부 이북과 강원도 일원, 지리산 높은 곳에서 자라는 다년생이다. 양지 혹은 반그늘의 물 빠짐이 좋은 곳과 주변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다. 요런 종류에 꽃이 하늘을 보고 피는 넘은 하늘나리, 땅을 보고 피는 넘은 땅나리, 어중간 한넘은 중나리라고 한다. 비슷한 넘에 말나리가 있다.   

 

   산에 다니며 가장 아쉬운 때가 꽃이 없는 계절이다. 봄꽃이 지난 자리에  키작은 식물들은  무성한 숲에 눌려 오금을 펴지 못하던 6-7월이 지나고 드디어 여름꽃이 피었다.  계곡에는 바위취며 산수국 취나물 등이 꽃대를 올렸고, 비비추 물레나물 노루오줌 모시대며 동자꽃 나리꽃 등이 등산로 능선에 옹기종기 꽃을 피웠다. 찬바람이 불기전에 얼른 예쁜 자태와 향기로 손님을 받고 후손을 보아야 한다. 능선 전망 좋은 곳이나 평원 또는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에 피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그늘이 없어 햇살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곧은재 능선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능선을 하나 갈아타야 하기에  길답지 않는 곳이 더러 있고 전체적으로 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다. 하산길로는 지겹지 않고 한신 주계곡과 작은새골의 바로 합수내로 곧장 내려올 수 있어 괜찮지만 길을 정확하게 모르면 찾아 내려오기가 쉽지않은 코스다. 얼치기로 알고 갔다가는 울고불고 내려오지도 못할 수도 있으니 조심~

  주능선에서 합수내까지 내려오니 곧은재 능선을 내려오며 보면 왼편 계곡이 올라갔던 작은새골, 오른편 계곡이 지난 2011.8.6 올랐던 큰새골이다. 큰새골은 이끼가 아름다웠고 로프산행도 했고 폭포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다만 칠선봉에서 김택영이 굴러 떨어졌던 것과 하산할 때 오공능선의 키 큰 산죽으로 인한 고행도 함께 였다. 

   16:35 곧은재에서 내려서니 아침에 올라갔던 큰새골과 작은새골 합수내다.   

 

   최근 며칠 폭염이 계속되고 다만 올라갈 때 계곡에서는 시원하긴 했지만 하산길은 인간의 흔적이 드문 능선을 헤치느라 땀을 많이 흘렸다. 시원한 알탕생각만 하고 내려왔다는 이재구 가장 먼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디 이만한 피서가 따로 있으랴?  저 알탕미소를 보면 막 도를 깨쳐 환희심에 가득찬 보살의 얼굴과 다를 바 없으니,  산을 오르기 위해 지리산에 오는 것인지 계곡물에 담그기 위해 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옛날 선비들이 더위를 피해 소위 濯足이란 것을 즐겼는데 발이나 담그고 앉아 있으려면 오히려 더 덥지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침 출근길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알탕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하면서 '옷 입은 채로 물속으로 시원하게 뛰어드는 것'이란 말을 하던데  옛날 양반들이나 방송진행하는 양반이나 애써 모른채 하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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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새골 바위취가 자라는 이끼 푸른 계곡을 건너고 암벽을 거슬러 올라가는, 있기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한 긴 길은 여느 지리 골짜기와 다를 바 없지만, 그렇다고 여느 지리산 골짜기와 같은 것도 아니다. 고사목, 바위 암벽에 뿌리 내려 사는 나무, 더불어 피고지는 작은 꽃, 헤아릴 수조차 없는 沼, 그를 넘어 저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 沼들에 비쳐드는 구름 그림자, 그들 속에 사는 묻 생명의 면면들이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듯, 같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른 길을 찾아 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듯 하지만 같고, 같은 듯 하나 다른 것이 지리산 아흔아홉골이다. 그래서 지리산 작은새골 하나로 아흔아홉 골짜기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고, 아흔아홉의 골짜기는 지리산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통섭된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一卽多 多卽一이고 인드라망의 세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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