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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모음

지리산 봉산골 산행기

by 하얀 사랑 2013. 8. 20.

산행일시 : 2013.8.10 07:30 - 19:00

○ 산행인원 : 6명 (이재구 한영택 박노욱 김택영 송건주 염기훈)

○ 코스 : 07:30  쟁기소 - 봉산골(얼음골 : 좌골) - 반야중봉 - 심마니샘 -

            광산골(하점골 : 우골) - 달궁 19:00

 

 

   소나무가 좋아 나라에서 봉산(封山)한 곳이라 봉산골이며, 응달의 깊은 골짜기라 늦게까지 얼음이 남아 있어 얼음골로도 불리는 봉산골의 산행 들머리는 달궁 위 쟁기소 근처다. 달궁은 올 2월2일 옛길을 따라 묘봉치로 만복대로 황령암지를 돌며 천년송에 얽힌 옛이야기를 더듬은 적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편인 반야중봉으로 가는 계곡산행이다. 하산은 심마니능선으로 내려오다 심마니샘에 들러 목을 축이고 망바위봉을 지나 하점골로 달궁마을 원점 회귀코스다. 하점골은 왜정시대 개발한 광산이 해방 후까지도 있었다고 광산골이라고도 불린다고. 

 

  마침 낼모레가 말복,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삼복의 절정인데다 두 계곡 모두 이끼 좋고 알탕하기 좋은 곳이라니 복날맞이 피서산행으로는 그만이다. 한대리도 수술 무사히 마치고 산행에 복귀했고 오랜만에 여섯 명에 차 두 대라.  

 

   휴가철이라 주차할 곳을 찾자면 남들보다 더 일찍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출발시간을 30분쯤 더 당겼다. 대개 산에 올려면 4시쯤에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어부인들께서 탐탁하게 여길리 없다. 휴가철에 신새벽부터 지리산에 맘이 가 있는 이대장, 어부인께서 "지리산에 작은 마누라를 숨겨 뒀는지 죽으나 사나 지리산이요"하고  볼멘 소리를 하더라나. 이대장 왈 "대한민국 마누라님들은 왜 착각을 할까. 지가 작은 마누라인줄은 모르고.."하고 흰소리를 한다. 

 

  옛말에 질투 안하는 안해없고, 길쌈 잘하는 첩 없다는 말도 있듯이 산이 아무리 좋아도 뭐 조강지처만이야 하겠는가만, 세상의 마눌님들 다 건강하자고 하는 짓이니 참으소!  

 

  달궁에 도착하니 넓은 야영지에 한여름 묵정밭에 핀 개망초마냥 텐트와 자동차들로 총총히 들어 차 있어 주차 해 둘 곳 조차 없다. 겨우 뒷골목으로 돌아 한 대를 대고 다른 한 대로 옮겨 타 조금 떨어진 산행 들머리인 출렁다리 근처까지 이동한다. 출렁다리 입구에 국공이 지키고 서 있기에 조금 더 가서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 산을 가로 지르며 에둘러 이동 하는데 어디선가 휘파람새 울고 무더위는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묻어 함께 내려가고 있다. 30여 분 갔을라나, 찬 기운 감도는 서늘한 숲향기가 바람을 따라 오며 하얀 포말의 계곡이 보이니 곧 봉산골 초입이다. 

 

  초입에서 한 시간쯤 올라가니 세 사람이 비닐로 얼기설기 친 이슬막이용 텐트(?) 아래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엊저녁에 올라와 밤을 지세우고는 도로 내려갈 작정이라고 한다. 어제 국공 눈치보느라 제 시간에 못올라 왔단다.

 

  몇 개의 물줄기와 소를 거슬러 지나니 태풍 무이파의 영향인지 계곡 여기저기 크고 작은 바위들이 쏟아져 헤쳐져 있고 수목들이 쓰러져 어지럽다. 푸른 이끼가 자라는 계곡 숲속 맑은 물 맞으며 바위취와 물냉이 다보록하게 자라는 곳을 거슬러 올라가며 걷는 걸음이 여리박빙 조심스럽다. 꽃들은 꽃술을 드날려 향기를 뿜고, 속절없이 흘러오고 떠나가는 계곡물의 포말을 보고 있노라면 쓰러져 누운 고목조차도 정겹운 지리의 아침이다.   

   

 

 

   왜들 웃고 있을까? 초입에서 두어 시간도 못왔는데, 개구리 뒤에 뱀 따라다니 듯 물을 보았으니 알탕하자고 어느 넘이 추임새를 넣는다. 마다하는 넘도 없이 모두 좋아서 싱글벙글이다. 그러나 물 속에 잠시 들어가 있면 오장육부가 얼음판 위에 내던져진 듯 써늘하여 오래 있지는 못한다. 몇 넘 물 속에서 장구질 치는데 장난기가 발동하여 한데 사진 찍는다며 "고개만 내밀고 가라 앉아 있으라, 더 더 깊이"여 본다. 몇 장을 찍고 나니 물 속에서 나오며 시린 눈꼬리에 얼음장 같은 원망들이 덕지덕지 앉은 표정들이다.    

 

 

 

 

 

 

 

  계곡 따라 올라가다 배낭을 잠시 벗어놓고 오른편 계곡으로 들어서니 그 또한 장관이다. 계곡을 따라 나타나는 폭포의 다양한 모습과 형태, 그 중중무진의 원시림에서의 느낌은 요령부득, 말이나 글로써는 나타낼 도리가 없다. 변죽만 울릴 뿐이라! 言者不知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사진 몇 장으로 대체하고....      

 

 

 

 

 

 

 

   접사로 꽃사진을 잘 찍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삼각대를 매고 왔는데 계곡 쪽에는 귀한 꽃은 커녕 늙수그레한 산오이풀이나 색바랜 노루오줌 같은 찍어도 태 안나는 그런 꽃이나 드문드믄 보일 뿐이다. 그래서 삼각대 세울 일도 없다.

 

   산에서 눈밝은 짓은 대개 박노욱이 하는데 남들 계곡따라 올라가며 자연을 즐길 때 박노욱은 눈이 나무나 풀에 가 있는지 느려터진 목소리로 "봐라, 천남성이다." "저기 보이제 마가목." "어름이다."하며 계속 일러준다. 아침부터 산 아래에서 모양이 괜찮은 작은 괴목 하나 줏어 배낭 옆에 매고 다니더니만 유복한 과수댁은 앉아도 요강꼭지에 앉고 넘어져도 가지 밭이더라고 잠시 쉴 때는 박노욱이 앉은 자리 바로 코 앞에 산당귀 한 송이 진한 향기를 날리고 있다.  

 

  "염기훈, 이봐라 산당귀다."

 

  박노욱이 봄부터 올 여름 휴가는 보아둔 곳이 있으니 자기와 함께 태백산으로 산당귀 캐러 가자며 나한테 언죽번죽 구두다짐을  몇 번씩이나 받아놓고서는 막상 여름 어름부터는 입을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 산당귀다. 그런데 지리산에는 강활이라도 부르는 산당귀와 비슷한 개당귀도 많은데 독초이므로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래 전에 지리산에서 개당귀를 끓여먹고 헬기로 실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계곡을 벗어나 능선에 다달으니 어느덧 끼니 때가 되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간식을 해도 때가되면 출출해지는 법이라 큰 마가목 아래 자리를 펴고 발을 벗고 편안히 앉는다. 도시락과 반찬을 서너 개씩 나열하니 대략 한식부페가 된다. 아파트 화분에서 키운 것이라며 박노욱이 풋고추를 내놓는데 싱싱하다. 김택영이 늘상 가져오는 부침개는 산 아래에서 막거리 네 통과 일찌감치 비워버렸다. 우리 집은 조기를 말려 찢어서 고추장 속에 버물려 놓고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는데 쫄깃한 것이 먹을 만하고, 이대장네는 김치에 조기토막 넣기를 좋아해서 매번 산에서 한 동가리씩을 나누어 주는데 맛이 젓갈같다. 쌈도 자주 가져오는데 이번에는 상추쌈 대신 미나리다. 다산선생은 쌈을 거친 음식을 먹을 때 한끼 입을 속이는 것일 뿐이라 했지만, 오히려 입맛 돋우는 데는 쌈이 더 좋다. 침 넘어가는 밴댕젓갈로 쌈 싸먹는 이야기 한 토막.  

 

  『제물포 안산(安山) 바다에서 그물로 곱게 올린 밴댕이란 것이 장에 나오면 그놈을 사다가 석쇠에 구울 제 기름간장을 바르면 냄새가 삼이웃에 진동하것다요. 그러면 상추의 물기를 탈탈 털고는 손바닥 위에 쩍 벌려 눕히고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올벼 쌀밥 한 숟갈을 사정 두지 말고 듬뿍 떠서 담고 벌꿀 같은 된장을 얹은 뒤에 구워진 밴댕이나 밴댕이젓갈을 올려 정들여 쌈을 싼단 말씀이오. 그러구선 혜임령(惠任嶺) 황아장수 짐 들어올리듯 두 손으로 들어올려 입을 쩍 벌리고 숨을 내쉰 다음에 입안으로 밀어넣는데, 그때 옆에 앉았던 책상물림이 같이 따라 입을 벌리다가 짧은 갓끈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 이 밴댕이젓쌈 때문이란 것 아니겠소?"』※ 김주영 객주,  

 

  "술을 안마셔도 술을 가져오는 넘이 있는가 하면, 마시기만 하고 한 번도 안가져오는 넘도 있다."는 우스개소리로 시작하여 큰 잔에 가득 따라 술잔을 돌리는데, "이내 입술 객주집 술잔인지 이넘도 빨고 저넘도 빠네"라는 신세타령 마따나 권커니 잣거니 개구리 파리 삼키듯 넙죽넙죽 잘도 마시니 금새 술이 빈다.  

 

  아침에 흐리다가 오후부터 개일 것이란 일기예보와는 달리 점심 중에 먹장구름이 몰려들며 먼데 하늘이 자꾸 운다. 이대장 "아 안되는데, 우의도 안 가져왔는데, 산신령님 제발 함 봐주이소"하며 중얼중얼 술 잔 따르고 꾸벅 절을 하니 금방이라도 쏟아지려던 하늘 사이로 햇살이 비쳐든다. 지리산 산꾼 중에 이대장만큼 공들이고 술들이는 사람 누가 있으리. 해서 약발이 잘 받는 편이다.

 

  점심을 끝내고 잠시 눈을 붙인다. 산 위라 한기가 드는데도 박노욱은 속옷바람으로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 사이 나는 우두망찰 앉아있다 주위에 꽃들이 있나 살펴보는데 점심자리 주위에는 꽃이 없다. 다만 음지를 좋아하며 잎이 넓게 땅에 붙어 자라는 '나도옥잠화' 보랏빛 열매를 꽃지고 난 자리에 조롱조롱 달고있다. 몇 개 훑어서 잘 번식하라며 뿌려준다.          

 

 

   반야중봉, 지리산의 화원 

 

   점심 후 중봉으로 가는 길에는 각종 취나물들이 숲아래에 숲을 이루며 모두 꽃대를 올렸다. 곰취 참취 곤달비 단풍취 등 취나물 종류는 그늘을 좋아하는 종류인데 중봉 일대의 비탈지지 않고 너른 고원지대에 무성하다. 간간이 틈새에 초롱꽃과 비슷하게 생긴 모시대도 꽃을 드리우고 섰고, 꽃모양이 작은 새끼오리들이 오종종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인 진범도 군데군데 눈에 들어온다. 중봉헬기장 옆에는 두 기의 묘가 있는데, 주위 경치 좋지 또 7-8월이면 꽃들에 둘러싸여 말마따나 꽃밭에 누워계신다. "아이고 할배들, 복 받으셨네요." 하니 한대리, 한 기는 가묘같다고 말한다.

 

   헬기장 주변과 그 아래쪽 넓은 양지에는 쥐손이풀 동자꽃 원추리 등이 뒤엉겨 화원을 이루고 벌 나비 파리들도 성수기를 맞아 분주하다. 아직은 철이 이른 듯한 키낮은 구절초도 피었고 어슷비슷하여 이름을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작고 하얀 꽃들도 무리지어 피어 중봉이 지금 그들만의 축제기간임을 알려주는 듯 분주하다. 산이 높기 때문에 꽃이 이울 날도 그리 오래지 않을 것이고 축제기간도 그다지 길지 않을 성 싶다. 비록 그들의 축제기간에 초대받지 아니한 손님이긴 하지만 잠시 시간을 늘려가며 머문다. 내년 이맘 때라야 다시 이 작은 축제에 참가할 수 있을 것 같아 작은 벌들의 꽁무니를  ?아다녀 보지만 모델 생각은 없는 듯 다들 부리나케 자리를 떠나버린다. 중봉 꽃무리 위로 바람을 타고 안개가 몰려왔다갔다 하더니 서서히 먼데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리산은 사실 꽃이 많은 산은 아니다. 반야중봉 세석 제석봉 일대를 제외하면 평원이 별로 없고 그나마 잡목 등 나무들이 그곳마저 장악해 가고 있기에 수목이 자랄 수 없는 2000m 이상 고산지대의

 (중국의 소오대산처럼) 꽃들로 늘부러진 산을 바라기는 어려운 것이다. 아마 앞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세석이나 제석봉의 구절초도, 노고단의 원추리꽃도, 반야중봉의 동자꽃과 쥐손이풀도 만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말하자면 과보호로 인해 식생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스개소리를 한다. "불을 놓아버릴까?"                

 

  식물 - 곤충 - 박쥐 - 인간 

 

  꽃 속을 자세히 보노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작은 벌레들도 아주 많다. 참깨농사를 짓다보면 참깨 한 꼬투리 속에 눈에 보일동 말동한 아주 작은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식물은 곤충들의 서식처이자 안식처이고 양식의 저장고이고, 꽃과 곤충의 관계는 공생관계다. 인류 멸망의 원인 중 하나가 "박쥐가 사라지면"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곤충의 창궐 때문이란다. 최근에 자주 거론되는 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식물이 수분을 못하면 모든 식물의 멸종으로 이어지니 인류의 멸종으로 이어진단다. 심지어 식물도 생각하고, 느끼고, 기뻐하고, 슬퍼한다고 한다. 예쁘다는 말을 들은 난초는 더욱 아름답게 자라고, 떡갈나무는 나무꾼이 다가오면 부들부들 떨고, 홍당무는 토끼가 나타나면 사색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의 어느 한 생명 서로 이어지지 않은 것 없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란 말은 착각일 뿐, 우리는 잠시 이 세상의 시간과 공간을 빌려 인연을 맺고 있을 따름이다.

 

 

 

 

 진범

 

  심마니샘

 

  중봉 꽃밭에서 갈길을 서두르는 넘들 좀 더 있다가자며 한참을 노닥거리다 심마니샘에 잠시 들렀다가 심마니능선 쪽으로 내려선다. 심마니샘은 산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숨어 있어 모르는 이는 모르는데, 그 주위에 넓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전망바위도 있어 휴식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심마니샘은 누군가 바닥을 손을 본 듯 전에 왔을 때보다 맑고 더 깨끗하고, 그때 없던 종발이 하나 놓여있다. 높은 산 숨은 옹달샘도 아끼고 보살피는 이가 있다 생각하니 물맛이 더 시원하다. 종발로 물병을 가득 채운다.       

 

  뱀발 : 울 집사람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까탈스러운 면이 있어 식당에 가도 나오는 냉수는 마시지 않고 산에 함께 가도 샘물 이런 것 절대 마시지 않는데, 해서 외출할 때면 항상 집에서 끓인 보릿물을 가져다닌다. 내게도 계곡물이나 샘물 마시지 말라며 주의(?)를 주거나 등산 갈 때면 물을 많이 담아준다. 샘물 같은 곳에는 뭐 뱀알이나 이런 것이 있다나...나는 별 신경 안쓰고 마시고 특히 지리산 특급수 같은 맑고 맛있는 물이 세상에 없다며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하산은 광산골인데  투구봉과 망바위봉 사이에서 안부에서 왼편 달궁 쪽 계곡이다. 산이 크다보니 서있는 곳이 헷갈리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헷소리를 지껄이고 말았다. "오른쪽으로 가면 어디요? 삼정마을이요?" "아니, 뱀사골", "--"  삼정마을은 벽소령 아래인데 지금 삼정능선으로 잠시 착각했다. 더위 먹었남!. 말을 해놓고도 머슥하다.

 

  경험상으로 산길은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보다 힘들다. 광산골도 봉산골처럼 이끼낀 폭포가 즐비하지만 내려서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비탈지니 눈에 비경이 들어올리 만무하다. 게다가 길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미끄러운 바위를 아래로 내딛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이치인데, 금방 같이 있던 이재구 발만 몇 걸음 옮겨도 저 아래 눈 밖으로 사라져 버리고는 저만치서 또 한참을 기다리고 섰곤 한다. 미스테李다    

 

  대간이나 지리산이나 산행시간은 10시간에서 12시간 사이로 비슷하고 둘 다 좋아서 하는 것이긴 하지만 대간 할 때는 간혹 복달임에 죽을 개끌려가는 느낌이 없지않았는데 지리산은 다음 산은 어딜꼬 하는 기다림이 먼저다. 그 느낌은 아마 강행군과 쉬엄쉬엄의 차이, 여유와 즐거움의 차이 아니겠는가    

 

  계곡을 거의 다 내려오니 물이끼 낀 바위계곡을 타고 내려 오느라 몸이 땀으로 다 젖었다. 적당한 곳에서 다시 몸을 씻고 옷을 갈아 입으니 새 세상을 만난 듯 기분이 좋다.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는 큰 계곡을 건너니 달궁마을이다. 두 사람 차를 가지러 간 사이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가게 평상에 앉아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니 정신이 아득해 오는 것이 또 한 번의 지리산 산행이 끝남을 비로소 알겠다. 소회가 없겠는가! "방게나 꽃게나 옆으로 기기는 마찬가지라지만 산이면 모두 같은 산인감? 이왕이면 이끼가 펄펄 살아 숨쉬고 한천(旱天)에도 물이 쏟아 뛰는 지리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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