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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모음

지리산 일출능선

by 하얀 사랑 2012. 6. 13.

지리산 일출봉능선과 향적사지
[염기훈 2012/06/11 18:23]

산행일자 : 2012.6.2(토) 07:15~18:00
산행인원 : 6명 (이재구, 한영택, 송건주, 박노욱, 김택영, 염기훈)
산행코스 : 중산리 ~ 백운암능선 ~ 일출봉능선 ~ 장터목산장 ~ 향적사터 ~ 중산리
날      씨 : 맑다가 흐리다가

  이번 산행은 중산리에서 백운암능선에서 건너편 천왕봉을 감상하며산행하다 일출봉을 거쳐 장터목 산장으로 가는 코스다. 그리고 장터목산장 인근의 옛사람들이 지리산(천왕봉) 유람시 쉬어가던 향적사 터와 금강대를 찾아보는 것으로 일정으로 정했다. 

   산행자가 1명이 추가되어 6명이 됐다. 5인승 승용차로 갈 수 없으니 한 대가 더 가야 한다. 은근히 누군가 빠져주면 좋으련만 해도 빠질 사람이 없다. 산행대장과 산행기 쓰는 넘이야 가야하고, 부지런한 찍사도 필요하고, 매 번 막걸리 2통씩 얼려오는 넘도 있어야 하고, 나무와 꽃을 잘 아는 넘도 있어야 하고, 당일 산행경비 회계처리 정산하는 넘도 필요하니 따로 뺄 넘이 없다. 차 2대가 새벽을 달려 문산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중산리에 도착하니 7:00가 조금 넘었다. 07:15 산행시작       

 

 

  백운암 
  천왕봉 아래 중산리 국립공원관리사무소를 막 지나 법계교 바로 앞에서 왼편으로 백운암 이정표를 따라 오르는 데 초입에서 약 1km정도 오르면 백운암이다. 암자는 관세음 보살 한 분 모셨는데 별다른 절 표시도 없는 것으로 봐서 정식 사찰은 아닌 듯하고 다만 옛날부터 있던 암자터에 누군가가 건물을 세운듯 하다. 

  혼자 지리산을 찾는 여성 산꾼들이 많은 듯 백운능선을 우리보다 앞서 한 명이 올라가더니 뒤따라 한 명이 또 올라온다. 그러나 뒤에 올라온 여성은 칼바위쪽으로 가려다 잘 못 올라온 듯 도로 내려갔다.  등산로는 암자 오른편으로 오르는 길이다.  

  백운암능선
  요즘 대부분의 지리산 능선길이 그러하듯 백운암을 지나면 능선 중반부까지 거친 조릿대 길을 지나야 하는데, 키높이로 자란 탓에 산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중반부를 지나면 이후부터는 산길이 아기자기하고 전망대 바위도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숲에는 여기저기 짝을 찾는 새들의 경연장이다. 봄산에 늘 듣는 뻐꾸기 소리도 있고, 4박자로 우는 휘파람새도 있고, 휘이익~휘익 휘슬을 부는 소리 등 가지가지 새들이 운다. 새들이 우는 것은 운다기 보다는 암컷을 부르는 소리다. 새들은 종에 따라 박자가 다르면 서로 뭔 소리 하는지 못알아듣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같은 종류의 새는 같은 리듬으로만 노래한다고 한다.

  새들은 짝이 결정되면 90% 정도는 일부일처제로 사는데, 아마  알을 낳아 암컷이 둥지에 앉아 있으면 수컷이 나가서 먹이들 잡아오고, 수컷이 앉아 있으면 암컷이 먹이를 잡아오는 식으로 집안일과 바깥일을 절반씩 나눠서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부일처제인 새들은 암수구별이 어려운데,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부다처제 새의 경우 수컷이 여러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몸도 크고 화려하고 한다. 대신 아비로서 애들 키우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백수건달들이라고 한다. (註 최재천교수 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어데선가 산비들기 구구구구 운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지집죽고 자슥죽고

  서답빨래 누가할꼬

  구구구구 구구구구

 

  목매달아 죽은 홀아비가 환생한 새라는 옛날 할배들 야그라고 이대장이 읊는다.

 

 

   백운암능선에서 천왕봉을 보는 가장 좋은 전망대다. 고사목 뒤로 통신골, 그 오른편으로 천왕남릉, 남릉 오른편 계곡이 깊은골이다. 

  산은 그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즐겁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조망하는 맛도 좋다. 그 산이 천왕봉인 경우에는 더 그러하다. 왜냐면 주능선에서도 우뚝한 주봉을 이 능선 전망대와 저 능선 봉우리에서 보는 재미가 다르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느낌이 바뀌기 때문이다.  

  멀리 영신봉과 창불대

  숲에는 단풍취가 무성하다. 개발딱주, 괴발딱지라고도 불리는데 습기가 많은 그늘에서 자라는데 전국 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고 어릴 때 나물로 무쳐 먹는다.  

  시인 이성부는 지리산길을 걸으며 "내 살아 있는 동안의 산길 있음이여, 왜 이리 가슴 벅찬 풋풋함이냐"고 읊었다. 늘 그자리에 있는 산이지만 풍경 하나 산길 하나 새롭지 않은 것 없고 풋풋하지 않은 것 없기 때문일 게다.  누군가  "길은 여러 수천 갈래지만 길을 나서지 않으면 아예 길은 없다"고 그랬다는데 

  

 

 

 

 

 

 

 

 

 

 

  일출봉에 가까워 지니 백운암능선과 거림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11시 방향의 백운암능선과 갈라지는 1시방향의 거림능선 그리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12시방향의 곡점능선은 산청양수발전소 하부저수지 입구까지 연결되는 능선이다.   

  

  일출봉에서 본 연하봉
  2010.9.10 거림골에서 촛대봉으로 올라 일출봉으로 해서 내려가 간 적이 있는데  연화봉과 더불어 기암괴석의 바위군락이 도열하여 아름다운 군락을 이룬 곳이다.          

 

 

  곰취
  어원은 곰발바닥처럼 생겼다 또는 곰이 특히 좋아한다고  곰취라고 한다는 말이 있는데  ...
「전원사시가」에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젓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가니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 취 한 쌈 입에 넣고 국 한번 마시나니, 입 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 아깝도다.”라는 곰취의 기록으로 미루어 일찍부터 산나물로 애용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일출봉에 이르니 곰취, 참취, 산마늘 등 산나물이 지천이다.  몇 잎을 따서 씹어보니 향기가 진하고 좋다. 잎의 생김새가 비슷한 것에 동의나물이 있는데 독초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한 방울의 물을 잘못 엎지를 때
   우주 전체가 목마를 것이다
   한 송이 꽃을 꺽는다면
   그것은 우주의 한 부분을 꺾는 일
   한 송이 꽃을 피운다면 
   그것은 수만 개의 별을 반짝이게 함이어라
   아, 이 세상 모든 것은 이처럼
   서로서로 밀접한 관계로 이루어 졌나니

    법정스님의 '산방한담'이라는 책에 나오는 '인도의 구루(종교적인 교사)인 라즈니쉬'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바람 한 점에도 향기가 스며있고 꽃 한 송이에 40억년의 인연이 깃들여 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며 숲의 키큰 나무들의 잎이 무성해지자 햇볕을 받기 어려워 진 봄꽃들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여름꽃은 아직 필 때가 멀었는지 꽃구경 하기가 어려웠는데 바위 아래 예쁜 꽃을 피운 녀석들을 발견했다. 
 

  나도옥잠화
  꽃의 생김새가  '처녀치마'와 비슷한데 의견을 모아본 바 '나도옥잠화'다.   나도옥잠화는 우리나라 각처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草本)이다. 생육환경은 고산지역 산의 나무 그늘 밑이나 작은 계곡 주변의 습기가 많고 대기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 반그늘 식물이다. 옥잠화와 비슷하게 생겨 나도옥잠화라고  부르는데  본디 식물보다 못한 다른 식물에 '개-'를 붙이고, 비슷하게 생긴 식물에 '나도-', '너도-', '-아재비' 등을 붙인다. '나도바람꽃, 너도 바람꽃.....등 

  일출봉에서 보는 장터목 산장.  지리산을 찾는 산객들로 봄빈다.

  천왕봉에서 인파에 밀려 일출 보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천왕봉을 배경으로 솟아 오르는 해돋이를 보러 일출봉을 찾는데 이곳에서 왕왕 좋은 사진을 챙겨간다고 한다.       
    

  일출봉 능선과 연하봉

 

 

   香積寺址 답사
 
  장터목 산장 아래샘에서 천왕봉 방향으로 가로질러 길없는 길을 약 20여분 헤치고 들어가니 큰 바위 아래 조그만 암자터가 나오는데 향적사지다.  암자터 바로 앞에는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금강대라고 한다.  

   천왕봉의 성모사당과 더불어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지리산 유람기에 자주 등장 하지만 지금은 폐사지의 흔적조차 묘연한 향적사란 암자가 있었다. 1463년(세조 9년) 8월 이륙의 지리산기를 필두로 점필재 김종직, 탁영 김일손, 어우당 유몽인 등의 지리산유람기에 보이는데 대개 천왕봉에서 통천문을 거쳐 향적사로 바로 내려와 쉬거나 숙박을 하고 장터목으로 해서 영신봉으로 갔다. 이륙과 김종직의 유람기에는 "거처하는 승려가 없다"고 했고, 1489년 김일손의 두류기행록에는 향적사 스님과의 대화 내용, 특히 「절을 중건하기 위해 목재 수백 개를 호남 여러 고을에서 구하여 섬진강까지 배로 실어 온 뒤 하나하나 옮겨다 놓았다」는 것과 주변 풍경의 모습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적어 놓았다.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의 「작은 암자지만 단청칠을 해놓았다.」는 글로 보아 초기에는 판자지붕의 낡은 암자에 불과하던 것을 중건하였음을 알 수 있다.    

 

   향적사지 바위 틈으로 샘물이 흘러 내리고  물냉이가 하얀 꽃을 피웠다. 각종 취나물들이 자라는 틈새로 기와 파편과 주춧돌 몇 개가 이곳이 절터였음을 알려줄 뿐이다.  향적사가 언제쯤 폐사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되 지금은 선인들의 유람록에만 그 이름이 남았을 뿐,  숲에는 길도 없어  간간이 유람록 속의 이름을 기억하여 덤불을 헤치는 산객들이 찾아들 따름이다.

 

  향적사, 그 이름에 관하여... by 재구

  지리산 향적사에 대한 기록을 보면  ≪신증동국여지승람≫에 香積寺천왕봉 밑에 있는데, 聖母廟의 香火를 위해서 세운 것이다.(在天王峯下 爲聖母廟香火而建)」고 되어 있지만,

 

   불교 대승경전 ≪유마경≫ 제10품『향적품』에 「아득히 먼 衆香세계가 있고 그곳에는 모든 것이 향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향기(妙香)로서 장엄삼매에 드는데 그곳의 부처님이 香積佛이다. 유마힐은 향적부처가 남긴 밥 한 그릇을 얻어다 수많은 대중들에게 대접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다면 향적사라는 절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교가 민간에 파고들기 위해선 중생들의 염원을 취합하고 불교적 색채로 윤색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불교식 이름을 짓는 것도 그 과정의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향적사가 곧 불국토, 이상세계라는 염원이 녹아 있다는 얘기도 되겠다. 


  유마경에 향적불의 밥을 얻어먹은 이는 해탈하기 전에는 멈출 수가 없다고 했으니, 천왕봉 아래에 향적사가 있고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것은 깨달음의 세계에 곧 이른다는 상징성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한다.    - 내용을 졸라 줄였음 -

 

 

  금강대

  김일손의 두류기행록을 잠깐 보면

  "이 절의 승려가 나에게 치하하기를 "이 늙은이가 이 절에 머문지 오래되었습니다. 올해에 상봉을 보고자 하는 승려와 속인들이 많았으나, 비바람과 구름에 가려 두류산 전체를 본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날씨가 흐려 비가 올 듯하였습니다. 그런데 선비님들이 상봉에 오르자 날씨가 맑게 개었으니, 이 또한 기이한 일입니다"라고 하였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절 앞에는 우뚝 솟은 바위가 있는데 금강대(金剛臺)라고 하였다. 이 바위에 올라보니, 흰 구름이 감싸고 있는 기이한 봉우리들이 무수히 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상봉을 보고자 하는 마음은 다들 같았던 모양인데, 조선시대라고는 하지만 산 속의 승려가 儒者들에게 하는 공치사가 과한듯 하다.  이대장 말에 따르면 지리산에 금강대가 둘 있는데 (아마 기록상의 이야기인듯) 하나는 어디인지 모른다고 한다.  

 

금강대에서 보는 향적사 터 (좌측 바위 아래)

  인간들의 시선은 건너편 일출봉의 기기묘묘한 능선을 향하고 있다. 금강대에 앉아 있으려니 마흔쯤은 되어보이는 아줌마 산객이 혼자 부시럭거리며 금강대로 찾아든다. 짐은 장터목 산장에 두고 왔다는데 폼새가 예사롭지 않다. 한신지곡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보니 전문 지리산꾼이다. 새벽 일찍 내려갈 예정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향적사지에서 야영 탐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금강대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회룡고조(回龍顧祖)의 풍수형국이라 한다. 즉 용이 머리를 돌려 할아버지 산을 돌아보는 형국이라고. 하늘에 구름이 오락가락 하더니 천왕봉을 가리기 시작한다.  금강대에 좀 앉아 있으려니 상봉에 구름이 더 가린다. 조금 있다 중산리로 하산을 시작했다. 

    미스킴라일락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오는 산길에는 유암폭포와 법전폭포가 있고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통신골과 천왕남릉 그리고 깊은골이 있다.  몇 번의 물난리로 유암폭포에는 沼가 돌들로 메워져 멋대가리 없는 폭포가 되어있고 아래 계곡도 많이 황폐화 되었다. 천왕남릉 초입을 지나 흔들다리를 건너오니 보랏빛 꽃을 피운 나무가 계곡 벼랑에 매달려 있다. 박노욱 부장에게 "이게 뭔 꽃이냐?"고 묻자 미스킴 라일락이라고 말한다. 

   박노욱 부장의 설명인즉슨

   "1947년에 캠프잭슨에 근무하던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북한산국립공원내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작은 라일락의 종자를 채취,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해서 당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미스김의 성을 따서 붙였으며, ‘미스김 라일락(Miss Kim Lilac, Syringa patula "Miss Kim")’이라는 품종을 만들었고 1970년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가정용 관상식물로 사용되고 있다"고.... 

  * 털개회나무 또는 정향나무라고 한답니다

  박노욱 부장, 아는 것도 많다. 

--------------------------------------------------------------------------------------------  6월 첫째 주 지리산은 숲의 나무 끝에 물이 올랐다. 푸르도록 맑지만 짙푸르지 않아 좋다. 산에 오르기 전 늘 많은 상상을 하지만 언제나 같은 산은 없다. 동서남북의 산이 늘 멀리 있기도 하고 가까이 있기도 하다. 어제와 오늘의 길이 달라 늘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그러나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는 것처럼  벗어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지리산 계곡,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릿한 알탕의 엑스터시 [ecstasy] !  등잔 밑이 어둡다고 중산리 국립공원 관리공단 주차장 바로 아래 계곡에서 피날레로 마감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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