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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및 기타산

중국기행, 윈난성의 옥룡설산

by 하얀 사랑 2014. 7. 4.

중국기행, 윈난성의 옥룡설산
[염기훈 2014/07/03 15:48]

 

 1. 일       자 : 2014.6.14 
 2. 산  행  지 : 중국 운남성(雲南省) 여강(麗江
)  옥룡설산
 3. 인       원 : 이재구와 기타 등등 (13명)  
 4. 산행코스 : 옥룡기마장(2,600m)-옥룡호(3,500m)-운삼림(4,100m)--설산초전(4,800m)- 순정곡
               
     (4,5000m)-옥룡호-옥룡기마장 원점회귀  

 

 

   옥룡설산 트레킹
   중국 서부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고산으로 해발 5,596m, 길이 35㎞, 너비 12㎞이다. 13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고봉은 마치 부채처럼 펼쳐졌다 하여 산쯔더우[扇子陡(선자두)]다. 산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은빛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위룽쉐산[玉龍雪山]’이라고 하며 <서유기西遊記>에서 손오공이 갇혀 벌을 받았다는 산으로 전해진다. 나시족이 신성시하여 산 정상은 등반이 금지되어 있으며, 트레킹 코스는 여러 군데로 개발되어 있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코스도 있는데 우리는 반대편인 트레킹코스로 해발 5,200m까지 걸어오를 예정이다.

 

   전날 차마고도 트레킹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가이드가 내일 옥룡설산은 힘드는 코스라서 말을 타실 분은 미리 말해 달라고 한다. 급하게 올라가면 고산병이 올 수도 있으며 나중에 대책이 없다며 가이드 자신은 말을 타고 올라가겠단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현지에 가서는 말을 구할 수 없으니 미리 알아서 하라는 투다. 그럼 한 두 마리만 예약해 두었다가 산행 중 힘든 사람이 있으면 바꿔 타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그건 안된단다. 일단 다들 말은 타지않는 것으로 했지만 해발 3,000m 이상 산을 올라 본 적이 없는 지라 고산병에 대한 염려와 체력으로 은근히 걱정들을 하는 모습인데, 이재구 혼자 "그 별거 아~이다. 가면 된다. 중국넘들 구라가 심해 실제 해발은 3,000m 조금 넘을 끼다"며 당당하다.   

 

 

    당초 5월에 산행계획을 잡았다가 불가피한 이유로 6월로 미뤄지는 바람에 위룽쉐산[玉龍雪山]에 제대로 올라 설 수나 있을지, 고산 평원에 피는 꽃들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찌푸등한 날씨를 보니 마음이 개운하지는 않다. 출발지인 기마장에 도착하여 출발준비를 하는데  일하던 옷차림에 얇은 운동화를 신은 작은 아주머니가 말고삐를 끌고 나온다. 기마장 옆에는 한옥같은 넓은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소수민족인 백족(바이족)의 문화관이 있어 대형버스들이 구내에 들어차 있다. 아마 윈난성의 소수민족인 백족의 성지순례 장소 같다.

 

   옥룡호까지 아주머니가 말고삐를 잡고 길을 안내하는데 걸음이 작은 몸집에 말고삐를 잡은 걸음걸이는 힘이 들지도 않고 빠른데 다만 말이 쭈볏쭈볏 좁은 산길 가기를 주저하는 듯 앞다리에 자주 힘을 주며 뻐댄다. 중무장한 장전들이 여린 시골 아줌마 뛰를 쫒아 가느라 힘겨운데 힘들이지 않고 사부작사부작 걷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초입에는 길이 여러 갈래로 어지러이 나있어 따라가기 바쁘다.  

 

 

  초입에서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가니 옥룡호다. 옥룡호 주변에 건물이 한 동 있어 말 고삐를 잡고 가던 아주머니는 여기서 교대를 하고 내려가고 대신 마부가 말고삐를 잡고 안내하는데 인민군 예비군복 같은 복장인데 차림이 단출하다.      

 

 

   운삼림에는 넓직한 초지가 있고 몇 마리의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호도협곡의 차마고도에서 바라본 옥룡설산은 험하고 날카롭게 생겨 과연 희말라야 산맥의 준봉답구나 하며 저기를 우째 올라가지 하고 잔뜩 긴장했는데 돌고돌아 올라와 보니 우리나라의 육산처럼 오솔길과 호수 평원 초지 원시림 등 전혀 예기치 않은 가지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옥룡설산에는 삭도(케이블카)로 이동하는 코스에 운삼평[雲衫坪]이라는 옥룡설산 정상을 조망하는 넓은 초지가 있었는데 여기와는 다른 곳인 모양이다.

 

   발걸음이 빠른 몇몇은 후따닥 올락가고 중간쯤 선 일행들이 잠깐씩 모습이 보이다 말다하며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서두르면 고산증세가 나타난다나해서 핑계 겸 천천히 숨고르기를 하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나무에는 오래된 이끼들이 늘어진 고산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숲 여기저기에 안개비를 맞으며 가지가지 꽃들이 고개를 내밀어 반긴다. 운삼림 조금 넓은 곳을 지나니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이다. 길은 비교적 완만하고 길섶으로 군데군데 산 아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길에는 온통 말똥들이 질펀한데, 원래 평원에 뛰놀며 사는 짐승들이 좁은 길에 코가 꿰어 끌려 다니는 것이 제 사는 본모습은 아닌지라 길바닥에 똥이라도 시원하게 싸고 싶지 않겠는가.     

 

 

   혜초소옥
   설산초지 입구에 그  전부터 있던 폐허가 된 통나무집을 우리나라의 혜초여행사에서 손을 좀 보고 고쳐서 '혜초소옥(慧超小屋)'이란 문패를 달았다.
옥룡설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잠깐 쉬어가거나 비바람을 피하고 요기를 할 수 있는 간이휴게소 역할을 하며 운삼림에서 40여분 걸린다. 현지인이 미리 와 불을 피워 밥을 해서 점심준비를 하고 있고 뒤늦게 도착한 마부와 가이드가 거들어 설산의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가 준비된다.       

 

 

 

    혜초소옥에서 시작되는 설산초지는 천상의 화원이다. 고산지대인만큼  바람을 피하기 위해 키는 낮추되 평원을 차지하고 무리지어 자란다. 앵초와 산오이풀 정도는 알겠는데 처음 보는 꽃들이 더 많다. 산의 장관은 이제부터 시작인듯 연무가 가린 산위로 어렴풋이 드러나는 평원과 바람을 비켜서기 위해 키를 낮춘 관목들이 듬성듬성 선 아래로 바람에 흔들리며 핀 가지가지 꽃들과 서로 어우러져 고산의 서기(瑞氣)를 품어낸다. 여기서부터 여태 경험하지 못한 고산의 맛을 느낄 수 있겠구나하는데, 정욱용 선배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더 이상 못가겠다며 온 길로 내려가겠단다. 정상은 포기하더라도 모우평으로는 가자는 말에도 있는 성질을 다낸다. 체력이 부치는지 산악가이드가 아니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말을 타고 오더니 가이드도 슬며시 내려가는 조를 안내해야 안전하게 하산시킬 수 있다며 우긴다. 

 

  당초 이재구 등 산 정상 갈 조와 정상까지 가지않고 설산초지에서 바로 모우평으로 갈 조 2개조만 생각했는데 정상은 포기하고 가이드와 함께 하산할 조, 마부가 가이드역할을 하며 설산초지에서 모우평방향으로 내려가는 조, 둘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했다. 예까지와서 정상에 가지 못하는 자들의 아픈 가슴은 뒤로 하고....와중에 박성만, 어제 차마고도에서 나무에서 딴 복숭아를 씻지도 않고 깨물어 먹더니 배탈인지 산행 중 몇 번을 숲속으로 들락날락 한다. 그러면서도 또 산길은 잘 간다.   

      

 

   '설산초전'에서 폼 함 잡고,

 

 

   설산초전의 대평원 (해발 4,800m)
   차마고도에서의 험준하고 경외스럽게 보이던 설산의 모습은 막상 올라와 보니 그 형상을 달리한다. 물론 그 정상까지 오른 것은  아니지만  "저 험한 산을 어찌 올라갈꼬"하고 걱정하던 때와는 달리 산의 모습은 의외로 넓고 평화롭다. 설산초지 능선 정상부다. 일단 저네들 기록으로 해발 4,800m라고 하는데 고도계상으로는 그보다 훨씬 못미치는 모양이다.  

 

   거대한 신비로움으로 위용을 지키는 히말라야 끝자락 드넓은 능선 너머로 옥룡설산 산정의 신비한 모습은 구름 속에 잠깐씩의 자태만 드러낼 뿐이다. 광활한 평원에는 화려하지않으면서도 소담하고 수더분한 꽃들이 고산의 바람과 안개, 비와 햇살 속으로 우리의 발걸음을 안내한다. 잠시 그 히말라야 끝자락을 딛고 서서 난생 처음으로 만나는 광대한 산하를 느낀다. 하지만 용의 등뼈라고 알려진 설산 13봉은 안개 속으로 잠적하여 이방인에게 그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발 아래로는 바짝 엎드려 낮게 자라는 나무들을 바람막이로 작은 꽃들이 자갈과 덤불틈을 비집고 올라 밤하늘 별처럼 점점이 광활한 능선을 덮고있다. 바람에 흔들리며 천지사방에 꽃대를 올린 것들이 바람꽃인가했더니 노루귀다. 앵초는 군락을 이루었고, 산오이풀은 작고 예쁘게 피었다. 홀로 땅에 붙어 나팔꽃인듯 아닌듯 자라는 넘도 있고, 노란 물봉선을 닮은 넘도 있고 새우란처럼 앙증맞게 핀 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무리들이다. 이렇게 산은 그 넉넉한 품 일부를 내어 부지기수의 꽃무리를 키우고, 꽃무리는 다시 그 가지가지 색으로 산빛을 이루니 일즉다다즉일[一即多多即一]이다. 우리는 다중적이고 다면적인 이런 모습에 끌려 때로는 이국의 산을 쫒아 보는 것이라.  

 

   기록에 의하면 이 산에서 발견된 식물은 약 6,500여 종류인데, 그중에 진달래 50종, 앵초 60종, 용담 50종과 백합 20여 종이 있다고. 우리나라도  계절마다 가지가지 꽃들이 만발하는 넓고 광활한 초지를 가진 산이 있다면 좀 좋을까 하는 바램이 늘 있지만 남의 산, 이런 높고 큰 산에 서면 그런 아쉬움이 더한다.  

 

 

 

   옥룡설산
   6월, 광활한 대지의 안개를 머금은 잔잔한 바람은 산정의 꽃과 나무를 적시고 바위를 스치며 풍경에 취한 산객들의 귓뺨으로 지난다. 그러나 기다려도 설산은 구름 속에서 약간의 맛보기만을 건낼 뿐, 나그네들에게 온전하게 제 모습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누군가 아쉬운 마음에 묻는다.

 

    "이대장, 절 했소?"
    "술 따르고 절 했지"

 

   저기 보이는 정상이 트레킹으로 갈 수 있는 한계인 해발 5,200m 지점이다. 저기에 올라서야 히말라야의 끝자락인 옥룡설산의 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아쉽지만 단체산행의 한계인 '모두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여기서 하산하기로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하산길은 산정에 올랐다는 만족감 반과 내려가야 하는 아쉬움이 반으로 갈리는 길이다. 잠시 되돌아보며 다시는 만나지 못할 풍경을 마음에 담는다. 하산은 모우평[牟牛坪] 방향으로 가다 옥룡호로 원점회귀 한다. 모우[牟牛]란 야크를 말함인데 아마 산정 부근에 야크 농장이 있었던 모양이다. 중간에 순정곡 두견림 등으로 이름 붙은 곳을 지난다.      

 

   옥룡설산의 꽃들  
 

 

 

   가이드를 태우고 온 마부. 옥룡호 위 민가에서 가이드 일행이 맡긴 말을 다시 끌고간다. 이름은 물어보지 못했지만 혜초소옥에서부터 가이드와 갈려 산정으로 온 팀을 안내하면서 갈림길 같은 곳에서 기다리며 휘파람을 불기도 하며 앞 뒤로 가는 사람들을 잘 인도했다. 옥룡호 위 민가 못내려와서 제비난처럼 생긴 꽃무리 사진을 찍으려니 중국말로 이름을 알려주는데 발음이 어려워서 몇 번 따라하다 잊어먹었다.

 

   옥룡호 옆을 돌아 아침에 올랐던 승마장까지 내려오니 총 산행시간 8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당초 손님(고산병)이 올까 걱정하며 올랐는데 나는 다소 머리가 무겁긴 했지만 모두 생생하다. 이 동네 사람들이 운동화 신고 아무렇지 않고 오르내리는 산을 호들갑을 떨면서 갔다왔다고 생각하니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우쨋든 그건 환경적응의 문제니까 논외로 하고, 당초 목표했던 산정까지 못 간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것보다는 무한한 초원지대에 안개비를 맞으며 핀 꽃송이, 가녀린 꽃잎을 떨면서도 바람에 지지않는 꽃무리들, 원시림 그리고 그 곳을 오가며 묵묵히 사는 소수민족의 삶 그리고  무엇보다 대자연 속을 함께 걸은 13명의 산우들, 그 모두가 이번 산행의 기쁨을 이루는 것들이다. 그들이 있기에 낮설고 물설은 이국 땅도 기꺼이 가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훈데르트 바셔』란 사람이 했다는 말이다.    

 

 

   5월 중순 먼저 옥룡설산을 다녀온 구례지사의 서정주 과장이 "옥룡설산 코스선택 하실 때 녹설해 코스로 잘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초원지대 코스도 볼 만 하겠지만 산행중심이라면 본 코스가 바람직 할 듯 싶습니다."라는 조언을 해 주었지만 우리는 초원지대로 가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가 못 본 옥룡설산의 진경을 서정주 과장이 보내준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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