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속담에는 조상의 슬기가 녹아있다.
농사속담에 녹아있는 삶의 지혜
우리 민족의 역사는 농업과 그 궤를 함께 해 왔다. 농사는 나라의 근본으로 여길 정도로 생활과 밀접하다. 따라서 조상님들은 농사와 관련지어 만물의 이치를 생각하는 지혜를 가졌다. 이러한 것들이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녹아든 것이 속담이다. 특히 농사속담에는 조상의 슬기와 지혜가 잘 녹아 있는데 농사속담을 통해 그 지혜를 배워보자.
무궁화 꽃이 일찍 피면 서리가 일찍 온다.
무궁화 꽃은 대략 6월 중순부터 9월까지 꽃이 피는 데 꽃이 피기 시작한 후 100일 정도 지나면 첫서리가 내린다는 것은 오랜 세월을 두고 조상들이 경험한 것에서 생긴 말이다. 따라서 무궁화 꽃이 일찍 피는 해는 서리가 일찍 내릴 가능성이 큰 기상조건이니 사전에 대비해 서리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경계심을 주는 속담이다.
논이 새까맣게 보이면 섶만 많이 나온다.
질소질 비료는 작물이 잘 자라도록 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때문에 질소질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벼가 웃자라고 잎 색이 지나치게 짙게 되고 벼가 연약하게 자란다. 따라서 결실은 잘 안 되고 볏짚 농사가 되기 쉽다는 말이다. 이는 비료 욕심을 너무 부리지 말고 주는 양을 적당히 해야 한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속담이다.
칠월에 두레박 소리가 나야 풍년 든다.
음력 칠월은 벼의 생육단계에서 이삭이 배고(배동받이) 벼 이삭이 나오는 출수기로서 벼가 물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가뭄이 들어 논물이 마르면 제때 벼이삭이 나오지 않아 소출이 줄게 되므로 논물이 마르지 않도록 두레박 등을 이용해서라도 물을 퍼서 논물을 대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속담이다.
밑이 맑게 돼야 벼 주먹 틀어진다.
벼 포기의 밑이 맑게 된다는 것은 아랫잎이 말라 죽지 않고 병해충 피해가 적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잎이 많다는 말이다. 따라서 벼의 광합성작용이 왕성하여 벼알이 탱글탱글 잘 익어 품질과 수량이 많아진다는 뜻으로 농사는 제때 정성을 들여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속담이다.
말복 지나 열흘 동안 뻐꾸기 울면 풍년 든다.
뻐꾸기는 두견과에 속하는 여름철새로 강원도 평창지방에서는 말복을 전후하여 남쪽으로 날아가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뻐꾸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기온이 내려가 뻐꾸기가 남쪽으로 내려 가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말복이 지나고 난 후에도 뻐꾸기가 날아가지 않는 다는 것은 벼가 익는 8월의 기상이 좋기 때문에 벼의 성장과 이삭의 여뭄이 좋아 풍년이 예상된다는 뜻을 지닌 속담이다.
추석 때 비가 오면 보리농사 흉작 든다.
추석을 전후하여 비가 오면 벼의 수확이 늦어지게 되고 따라서 2모작을 하는 남부지방의 보리 파종도 늦어지게 된다. 따라서 보리는 추운 겨울철이 오기 전에 안전 월동에 필요한 본잎 5~6매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추운 겨울을 나면서 얼어 죽을 확률이 높아 수량이 감소하게 됨을 경험으로 해 만들어진 속담이다.
< 김용길 : 농촌진흥청 정책홍보담당관실 ☎ 031-299-2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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