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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모음

지리산 새봉

by 하얀 사랑 2011. 3. 4.

지리산 새봉
[염기훈 2011/02/21 08:24 / 조회수:432 / 추천:4]

 

   ○ 산행코스 : 방곡~공개바위~베틀재~새봉~새재~외고개~왕등재~외고개~오봉마을~방곡
 
  ○ 산행일자 : 2011.2.12(토) 07:30~17:00
 
  ○ 산행인원 : 이재구, 한영택, 송건주, 염기훈 

       "코스가 길고 날씨가 추운만큼 준비 단디 해오소."  이번 산행은 새봉에서 즐기는 겨울지리산 풍경과 해발 1,000m 지리산 고원에 위치한 왕등재늪지를 보고 산 아래 병곡리의 함양산청 양민학살추모공원을 둘러보는 것이다. 07:30 산행기점인 산청의 방곡마을에 차를 대고  공개바위로 향했다.

         

 

    날은 매우 차고 바람도 거세다. 방곡리에서 한참을 임도따라 올라가니 산 중턱에 약초를 재배하는 몇몇 외딴 농가가 보이고 능선 아래에는 암자도 있다. 임도에서 이탈하여 조금 오르니 크다란 바위가 4개층으로 쌓여있는데 '공개바위'라고 한다. 공개바위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매우 차다. 얼굴마스크를 하지 않으니 뺨이 시려온다. 능선따라 얼마를 가니 '베틀재'가 나오는데 어원은 알 수가 없다. 통상 베틀처럼 생긴 베틀바위나 베틀굴이 주변에 있는 경우 부르는 이름인데 그런지형지물을 찾을 수 없어 산행후 식당의 토박이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산세가 베틀모양이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베틀재 주변의 산세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조금 지나니 독수리 한마리가 능선부근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겨울산의 추위와 기근에 시달려 힘이 없어 보인다.        

 공개바위. 마고할매가 공기놀이를 하다 쌓아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공개는 공기의 이 동네 방언이라고 한다. 이쪽에서 보면 4개지만 저 쪽에서 보면 5개의 바위가 포개져 있다. 공기놀이는 보통 4알 또는 5알로 하는 것이니 그럴듯한 말이다. 마고할매는 지리산 곳곳에  재미있는 전설을 더러 뿌려놓았는데, 자칫 마고할매 급한 볼일 본 것이 산아래 대홍수를 불러 일으켰다는 전설도 찾을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새봉에서 본 지리산의 위용. 오른편 낮은 峰은 산청의 독바위(옹기甕)다. 가장 높이 보이는 봉우리는 지리산 중봉. 그 오른편으로 하봉이 보인다. 

   "우와, 대단하다"  
  "새봉 안 와봤소? 촌넘이네" 
   뺨을 얼얼하게 만드는 세찬 겨울 바람과 키큰 조릿대 숲, 잡목을 헤치며 드디어 새봉에 서니 지나오며 마주 친 몇몇 풍경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수 년전 겨울 광점골에서 새봉 올라오다 눈이 너무 많이 와 새봉까지 가지 못하고 독바위에서 돌아 선 적이 있어 새봉의 진가를 확인해 보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새봉에서 보는 지리산의 위용은 다른 곳에서 보는 지리산과는 전혀 다른 맛을 안겨준다. 

  산에 들어가면 산을 잘 볼 수 없다.
  산은 한 보 떨어져 보아야 그 깊은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고, 그 속으로 들어서면  참맛을 쉽게 느껴 보기 어렵다. 삼정산 상무주암이나 금대산 금대암이 천하제일의 길지가 된 것은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주능선을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눈 맛 좋은 자리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듯, 새봉의 참맛은 중봉 하봉 두류능선으로 이어지는 북릉, 중봉 하봉 쑥밭재로 이어지는 동부능선,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조개골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지점이고, 천왕봉에서 왕등재 밤재로 이어지는 지리산 태극종주 동부능선에서 편한 마음으로 지리산을 볼 수 있는 곳에 자리잡은 것에 있다.  

 이재구.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과 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술자리에서의 카리스마를 겸비하고 있는 才士다. 한창 시절 함께 대작하던 동료들이 나가떨어지고 다음날 고개를 쩔래쩔래 흔들면 "아 쉬파, 누가 입벌리고 술 부어넣었나? 지 술 지가 마셨지"라며 여유로웠는데  지금은 좀 줄었나?   

 송건주. 공학박사학위를 취미삼아 딴 공학도다. 사무직인 내가 제대하고 돈벌이 없어 입이 궁하면 소주는 언제라도 살테니 술걱정은 말라는 마음씨도 고븐 사나이다.   誰與友!  그대와 더불어 벗하지 않으면 누구와 하겠는가? 

 한영택. 산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는데 날아다닐 만큼 산을 잘 탄다. 평소 말은 별로 없지만 함께 다니며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어 좋은 사진을 많이 제공해 준다.   

  

   새봉에서의 점심시간. 
   새봉은 거대한 바위능선이 우뚝 솟은 곳으로서 지리산을 조망하기에 좋은 자리다. 앉은 자리 바로 옆은 낙장불입 바위절벽이나 바람을 피하여 앉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도시락이 자리잡기 전에 술잔 먼저 돌리고....   

 새재에서 보니 중봉 뒷편으로 천왕봉이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다. 새재는 조개골에 있는 유평리 윗새재마을과 금서면 오봉마을 사이의 재라 하여 사잇재가 새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문경새재의 鳥嶺도 경상도와 충청도 사이재가 새재로 다시 한자어로 바뀌면서 조령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재는 새로(新) 난 고개라는 의미도 있고 이 곳은 과거 기록에 草岾(초점) 草嶺으로 표시되어 있으니 억새가 많아서 새재가 되었을 수도 있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과 같아서 자꾸 변해가니...   

 새재를 넘으니 외고개다. 오른편은 외곡마을, 왼편은 하산할 오봉마을 방향이다. 하산하지 않고 앞에 우뚝 한 왕등재로 향한다.   

   왕등재 늪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 쑥밭재 새봉 외고개 왕등재 깃대봉 밤재구간은 지리산 태극종주 동부능선 코스다. 이 코스는 아직 하지 못했지만 이번 산행에  새봉 외고개 왕등재까지의 구간이 포함되어 있는데 하산할 오봉마을 안부인 외고개에서 30여분 올라오면 왕등재가 있다. 세석평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몇 안되는 고원습지인데 지리산 1,000m 고원지대에 폭 70m 길이 200m의 습지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습지식물들이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마침 국립공원 연구원으로 보이는 이가 지표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1.13일자 뉴스를 보니 환경부에서 왕등재를 비롯한 습지 여러 곳을 2011년까지 람사르습지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한다. 왕등재 늪은 야생화 만발한 봄날 태극종주를 한다면 꼭 둘러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산청은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릉이 있는 곳이다. 王登재는 인근의 王山과 이어져 있고 이 지명은 仇衡王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형왕은 가야의 시조인 수로왕의 9대손인데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임오년(561년) 9월에 신라 24대 진흥왕이 군사를 일으켜 침공하자, 왕이 직접 군졸을 거느리고 싸웠으나, 적은 많고 아군은 적어 대항하여 싸울 수 없었다."라고 하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왕등재는 구형왕이 싸운 곳이고, 왕산은 싸움에서 패해 쫒겨가서 죽은 곳이라 하는데, 왕등재 인근에는 토성이 있고, 왕등재가 늪이 된 것은 당시 물을 모으기 위해 진흙으로 바닥을 다진데 있지않나 하는 설도 있다. 

   왕등재에서 다시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외고개에서 오봉마을로 내려선다. 오봉마을에서 방곡마을까지 시멘트포장길을 약 4km정도 지리한 길이다. 산행 중에 가장 힘든 길이 아스팔트나 시멘트길이다. 아마 지면이 일정하니 발근육이 더 피곤해 지는 모양인데,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마누라 따라 백화점 가는 것으로 백화점의 매끈한 바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함양산청 양민학살추모관
   대게의 전쟁이란 것이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거나 남의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니 군인들만 골라서 죽일 수는 없겠지만, 전쟁의 광기는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게 마련이다. 전쟁 중이던 1951년2.7일 지리산 빨치산 토벌을 위해 투입된 육군 11사단 9연대 3대대에 의해 산청군 금서면 가현, 방곡마을, 인근의 함양군 휴천면 점촌, 유림면 서주마을 등 양민 705명이 남녀노소 구분없이 집단학살 당했다고 한다. 당시 시신 속에서 살아남거나 요행히 외지에 나갔다가 살아 남은 사람은 오랜세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고 한다. 

  거창양민학살사건이나 기타 여타지역에서 비슷하게 벌어진 양민학살 사건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민족도 아닌 동족간 좌와 우의 이념이 나뉘어 총부리를 겨누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 된 시절이 엊그제인데, 그 이념논쟁의 상처는 아직까지 아물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군부독재시절에는 냉대와 질시 속에서 입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추모공원을 2001.12이 되어서야 착공 4년만에 준공했다고하니 만시지탄.  차로 약간 이동하여  함양산청 양민학살추모관에 도착하니 전시관은 잠겨있고 추모관에도 겨울 저녁의 차가운 날씨탓인지 관리직원조차 없다. 몇번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돌아나왔다.

  세검정 식당
  지리산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에는 먹는 것도 들어있다. 점심도시락을 반주와 곁들여 즐겁게 먹고나서 다시 너댓시간을 걷고나면 저녁은 입맛이 댕기기 마련이다. 반야봉이나 만복대 뱀사골 주변으로 가게되면 으례히시원한 엄계백숙에 반야봉에서 채취한 스물가지가 넘게 묻어나오는 산나물 무침이 맛나는  심원의 '숲속의 집'으로 간다. 지리산 남부의 하동이나 구례 쪽이면 산행 후 화개장터에 있는 조양식당의 돼지떡갈비를 찾는다. 돼지갈비를 초벌구이해서 내놓는데 맛이 그만이다.

  이번에 간 산청의 세검정 식당은 남자주인이 직접 지리산을 다니며 약초와 산나물을 따다가 술도 담그고 차도 만들어 손님 밥상에 내놓는다. 된장찌게를 먹었는데 된장은 5년이상 묵힌 것이고 각종 나물도 직접 채취한 것으로서 각종 반찬에서 약초향내가 그윽하다. 묵정밭에 잡초로 가장 많이 나는 명아주도 나물로 무쳐 내놓는데 맛도 좋다. 명아주는 나도 밭에서 잎을 따다 나물로 무쳐보니 약간 비릿한 맛이 나던데 이 집에는 그런 것이 없다. 간장도 오래 묵힌 것으로 쓰는데 간장을 독에 오래 묵히면 나트륨(소금)이 뭉쳐서 간장 속에서 덩어리를 이루는데 그것을 빼어낸 간장이 좋다며 빼낸 나트륨 덩어리를 보여준다. 반찬을 한가지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人生三樂  잘먹고 잘자고 잘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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